‘My Universe’ by ‘바늘은 내 운명’ (3)

나의 생업은 중환자실 간호사이다.
그러다 보니 바늘은 나와 뗄레야 뗄 수 없는 물건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런가 손뜨개를 하며, 바늘을 쥐고 있을 때 나도 모르게 피식거린다.
피식거리는 이유야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내 손에 들려 있는 바늘 때문일 것이다.
나의 생업도, 나의 취미도 모두 바늘을 쥐고 하는 것이라는 걸 깨달았을 때 한참을 웃었다.

그리고 나는 그 많은 취미들 중에서도 손뜨개를 왜, 다시 시작했을까? 하고 고민했었다.
어렸을 적 나에게 있어 손뜨개는 손주에게 주는 외할머니와 할머니의 “사랑”이었지만,
학창 시절에의 손뜨개는, 가난한 우리 집 형편에서는 사치였고,
어쩌면 한참 예민했던 사춘기 소녀에게는 커다란 상처이기도 했는데 말이다.
그랬던 손뜨개였는데,
나는 왜 다시 손뜨개를 시작했으며, 한없이 손뜨개와 사랑에 빠졌을까?

나도 모르게 다시 손뜨개와 사랑에 빠졌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결과물을 보면 짝사랑에 더 가까운 듯하지만….)
내 스스로 나의 상처를 스스로 보듬어 가는 과정이 아닐까 생각했다.

평생 많은 이들을 만나지만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늘 함께 하는 것은 ‘나’이고,
그런 ‘나’를 아끼고 사랑하는 방법을 알아야
나의 삶이, 나의 인생이, 나의 몸과 마음이 건강해질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잘 먹고, 운동하고, 잘 쉬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무엇인가를 찾고, 그 좋아하는 무엇인가를 하고,
그 좋아하는 무엇인가에 몰입하여 결과물을 낸다는 것이 꽤나 큰 성취감과 기쁨을 준다.
이런 성취감과 기쁨들이 조금씩 모여 나만의 시간으로 켜켜이 쌓여갈 때,
그리고 안방계의 골프라는 별명답게 언제 뜰지도 모르는 도안들과
실과 바늘들이 나의 방에 켜켜이 쌓여 나의 월급을 탕진할 때,
뭔가 좀 더 나의 삶이 풍족해진 느낌이 든다.

모든 일들이 내가 노력을 한 만큼 결과물이 나오면 얼마나 좋을까.
나의 생업인 중환자 간호 현장에서는 나의 노력에 비례하여 환자가 좋아지는 경우보다는,
나의 노력이 무색한 경우가 더 많다.
그렇다 보니 모든 환자에게 최선을 다하지만,
아무리 간호 현장에 오래 있었다고 해도 나 역시도 사람인지라
내가 아무리 최선을 다해도 그 노력의 결과물이 나의 노력과 다를 때 오는 그 무력감은
나를 절망 속에 몰아넣기도 한다.

하지만 손뜨개는 정직하다.
내가 공을 들인 만큼, 마음을 쓰고, 손을 좀 더 움직인 만큼,
나의 마음에 들고, 완성도가 높은 결과물이 나온다.
심지어 세탁 매직도 있다!!!!
물론 아직까지 짝사랑 중이지만,
분명하게 좋아지고 있는 나의 손땀에,
손뜨개는,
나의 생업에서 오는 절망감에서 나를 꺼내주고,
위로가 필요한 나에게 위로뿐만이 아니라 사랑도 준다.

내향적이고, 매우 소심한, 그리고 지극히 고양이과인 나는,
손뜨개를 통하여 사회성을 배운다.
나를 위한 손뜨개 프로젝트도 물론 있지만,
나는 주로 나의 주변인들에게 나의 손뜨개를 선물한다.
누군가를 위해 프로젝트를 결정하고,
그 프로젝트에 어울릴만한 실을 찾고, 그 누군가에게 어울릴만한 색을 고르고,
그렇게 나의 손뜨개를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강제로(???!!!!!) 선물 받는 상대방을 위해서
cast on을 하고 FO를 할 때까지 손뜨개를 하며 프로젝트를 받을 누군가를 생각하며,
그 누군가를 위해 기도하는 마음으로 손뜨개를 한다.
대부분 상대방의 의사와 관계없이 “내가 직접 손뜨개 한 것이니 옜다, 받아라.”가 대부분이었지만,
아직까지는 나의 프로젝트를 받은 그 누군가들이 모두 기뻐하고 좋아해 주어서 매우 다행이기는 하다.

앞서 말한 것처럼 나는 내향적이고 소심한, 지극히 고양이과이다 보니
누군가와 관계 맺는 것이 많이 서툴고 어려워하지만,
그런 나에게 손뜨개는 매우 좋은 핑곗거리가 되어주고 있고,
그렇게 나는 손뜨개를 통하여 나의 주변인과 관계를 형성하고 사회성을 배워간다.

나의 우주 최강 BTS와 내 최애 밴드 Coldplay가 노래 “My Universe”에서 그랬다.
“You are my universe, and you make my world light up inside”

손뜨개에게 위로도 받고, 사랑도 받으면서,
부족한 나의 면을 조금씩 채워주면서,
누군가와 함께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좋은 핑곗거리인 손뜨개는,
그리고 일도 취미도 늘 바늘을 쥐고 있는 나에게 있어 손뜨개는,
그렇게 운명적인 그 무엇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Knitting, You are my universe! And you make my world light up insi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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