펠롱펠롱, 래블리/러브크래프트에 걸리다(1)

이것 저것 경험해 보기 좋아하는 필자는 취미 만수르를 꿈꾸는 호기심 많은 주부이다. 뜨개는 아이들이 유치원을 다니기도 전부터 경험한 바 있지만, 관심이 지속되진 않았다. 성인 프랑스 자수와 어린이 바느질 동아리를 운영하며 바느질 열정을 뿜뿜 하던 2019년 겨울, 동아리 멤버들과 ‘닛투웨어’의 뜨개실 체험단에 참여를 하며 다시 뜨개에 문어발 하나를 더 얹게 되었다. 예전에도 모자나 목도리 정도는 많이 떠 봤지만, 어쩌다 맘 먹은 스웨터는 해를 넘기고, 나의 뜨개 열정에는 언제나 어김없이 휴지기가 오던 내가 뜨개 도안을 출시하는 일이 벌어졌다.

손재주 많으신 시어머니의 젊은 시절 뜨개작품을 가지고, 뉴질랜드의 ‘Purlfoundry’ 우리나라의 닛투웨어와의 협업으로 영어 뜨개 도안을 출시한 것이다. 미국에 기반을 둔 Raverly와 영국의 Lovecrafts에도 ‘펠롱펠롱드레스’라는 이름의 도안을 오늘도 판매 중이다. 어쩌다 이런 일이 벌어진 건지… 할 정도로 지난 1년 2개월간 과정이 쉽지 않았다. 그렇기에 누구든 같은 꿈을 꾸는 동지가 있다면 조금의 도움이라도 될 수 있도록 그 1년 2개월간의 여정을 소개해 보려고 한다.

펠롱펠롱 뜨개패턴, 래블리(Ravelry)와 러브크래프트(Lovecrafts)에 전시중

핸드니팅 도안 제작 전, 기본 지식 쌓기

뜨개의 시작은 우선 뜨개 용어를 공부에서 시작한다. 이렇게 저렇게 어깨 넘어 배운 실력이 있다면 도안 제작에 앞서 좀더 다양한 뜨개를 해보는 것을 권장한다. 하지만 조금더 전문가적인 마인드의 접근이 필요하다. 뜨개 용어나 차트 보는 법, 다양한 도안의 이해는 결국 뜨깨를 직접해 보아야 이해할 수 있고, 그래야만 나의 도안을 타인에게 이해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뜨개 도안은 일종의 글로 된 설계도이다. 뜨개 기법에 대한 이해가 없다면 오른쪽에서 뜰 것인지, 왼쪽에서 줄일 것인지, 다음 무늬를 다음 단에서 뜨기 위해서는 겉뜨기 후 안뜨기를 해야 할 때인지 안뜨기 후 겉뜨기를 할 것인지를 잘못된 결정을 반복하기 마련이다. 각 기법에 대한 깊은 이해가 없다면 그 설계도는 계속적인 수정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이고, 도안은 제자리 걸음만 반복하게 된다. 뜨개 경험이 많지 않은 필자도 차트 변환 프로그램(Stitchmastery)만 믿고 프로그램 상의 디자인만 생각하다가 여러 부분에서 뜨개 과정의 전체 흐름에 맞지 않은 서술을 반복하는 난관에 부딪히기도 했다. 결국 도안제작 작업은 잠시 중단하고 필요한 뜨개 기법과 무늬를 일일이 다시 떠본 후에야 다음을 진행할 수 있었다.

두번째, 디자인에 대한 기본적인 용어을 익혔다. 어깨선, 목선, 진동, 진동둘레, 소매단, 깃, 여유(ease) 등등의 기본 용어뿐 아니라 디자인 상의 표현들을 익혀 두어야 앞으로의 작업도 순조롭게 진행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겉뜨기를 어디에서 어디까지 진행해야 할지 정확한 지시를 하기 위해서는 의상의 부위별 명칭이 필수이다. 예를 들어, 탑다운 스웨터를 새들 숄더로 뜰 경우와 요크 모양의 어깨를 뜰 경우, 코를 늘이는 지점과 코 수가 서로 상이하다. ‘새들’이니 ‘요크’니 하는 단어들은 좀더 쉬운 설명과 뜨개 설계의 편의를 위해 사전에 알고 있어야 하는 디자인 용어들이므로 기본적인 디자인 용어를 점검해 보는 것도 필요했다.

작업의 시작, 디자인의 결정

시어머니의 작품은 말 그대로 작품만 있고 다른 사람이 뜰 수 있도록 만든 스케치나 설명이 전혀 없다. 사실상 새로 옷 하나를 디자인하는 일이었던 것이다. 의상 전공도 아닌데 스케치는 어떻게 해야 할지…  도서관에서 패션디자인에 관련된 도서를 참 많이도 빌려 보았다. 하지만 핸드니팅 디자인에는 좀 다른 요소들이 중요하기에 일반적인 의상디자인 서적은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 오히려 인스타그램에서 활동하고 있는 Anne Ventzel의 스케치를 보며 ‘아!’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의 스케치는 디자인적인 요소뿐 아니라 핸드 니팅에서 필요한 콧수의 증감이나 텍스쳐까지 표현하여 스케치 단계에서 뜨개의 방향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었다.

이번 Purlfoundry와 닛투웨어와의 협업에서는 오래된 옷을 요즘의 것으로 변형하여 작업을 하였기에 많은 스케치가 필요하지는 않았다. 머리 속으로 그리고 손으로 그려보는 과정을 통해서 어떤 뜨개 기법을 적용할지 생각하는 것에 더 많은 시간을 들었다. 이런 경우가 아닌 새로운 디자인을 만든다면 스케치와 뜨개기법의 연관성을 두고 디자인하는 일이 가장 중요할 것이다.

다음 글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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