펠롱펠롱, 래블리/러브크래프트에 걸리다(3)

샘플 제작

디자인이 단순한 의상이라면 샘플을 만들고도 과정이 기억이 나겠지만, 드레스 같이 제작과정이 상대적으로 많은 시간을 요할 때는 뜬 과정을 곧잘 잊어버리게 된다. 그레이딩이 끝나고 다음 단계는 치수별 콧수와 단수도 계산해야 하므로 한 사이즈의 옷은 직접 떠 보며 나머지 작업을 병행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샘플을 제작하는 동안은 코를 분리한다든지, 실을 새로 이어야 한다든지, 안쪽면에서 이을지, 겉쪽면에서 이을지는 뜨는 과정에서 뜨개의 순서를 정했고. 동시에 뜨개의 흐름에 맞추어 나머지 사이즈의 콧수와 단수을 함께 계산했다.

엑셀 시트의 활용

샘플 제작이 뜨개의 과정을 그리는 데에는 도움이 되지만 가장 어려운 숙제는 역시 치수별 콧수를 모두 계산하느는 것이었다. 샘플은 하나이지만 모든 치수의 숫자 계산이 정확하지 않으면 도안의 기능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이 과정에 가장 많은 에너지를 쏟아야 했다.

이 세계에서 초보자인 나는 여기에서도 지나친 우려에 발목을 잡혔다. 코 수와 단 수를 일정 간격으로 줄이더라도 경사가 다르면 디자인에 큰 영향을 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생긴 것이다. 확인을 하지 않을 수 없으니 20년전 수학 책을 다시 펼쳐 싸인, 코싸인까지 확인해 보는 어처구니 없는 노력을 하기도 했다. 이제 알게 됐지만 뜨개는 편물의 특성상 경사도보다는 치수별로 가로로 늘어나는 비율과 세로로 늘어나는 비율을 어느 정도 맞추어 주면 치수가 커지더라도 디자인의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다. 이런 간단한 사실마저 경험이 없었던 나로서는 이런 과한 노력의 과정과 실패를 통해 결과를 도출해 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좌절은 금물. 그 일은 복잡하지만 엑셀의 함수를 이용해서 좀더 쉽게 해결할 수 있었다. ‘닛투웨어’의 조언을 통해 알게 된 인터넷 사이트를 기웃거리며 다음 단계의 콧수 계산에 많은 시간을 단축할 수 있었다.  

https://www.sistermountain.com/blog/grading-knitting-patterns-stitch-row-counts?rq=grading

사실 블로그를 따라 엑셀시트를 완성하면 어떤 사이즈든 몇 센티미터라고 넣으면 콧수가 뚝딱 나올줄만 알았다. 늘 그렇듯 실상은 그와 반대. 블로그의 글이 내가 제작하고 있는 디자인의 도안과는 흐름이 다르다는 사실을 알고 몇 번 손을 놓기도 했다. 하지만 ‘딱 한번만’ 글의 순서를 따라 콧수 계산을 해보자는 생각이 들어 나만의 엑셀시트를 완성할 수 있었다. 블로그는 길을 까는 법을 알려 줄뿐, 내 디자인이 가야 할 길은 내가 깔아야 하는 것이라는 것을 후에 깨달은 것이다.

진동둘레와 소매산을 이어 붙일 때 시접으로 들어가는 코까지도 계산에 넣는다는 점은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이었으나 블로그를 꼼꼼히 읽지 않았다면 그런 정확성까지 배우지는 못했을 것 같다. 이런 작은 부분도 계산해 낼 정도의 정확성을 배운 것이다. 엑셀 활용에 대한 충분한 학습이 이루어진다면 나의 디자인에서 적용해야 하는 점들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차트제작용 소프트웨어(예: Stitchmatery)를 써서 차트 그리기

샘플 제작과 치수별 콧수 단수 계산을 함께 진행한 후, 뜨개의 흐름이 잡히자 그 과정을 따라 Stitchmastery를 활용하여 전체 차트를 그려볼 수 있었다. 전체 차트를 그리는 과정을 통해 기술적으로 발생하는 오류를 잡아 수정하고 도안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는 과정이기에 반드시 진행해야 하는 단계였다. 해외에서는 이 작업을 Tech-editing이라는 분야로 분리하여 전문적인 Editior들에게 의뢰하여 도안의 기술적 오류는 물론 숫자오류, 기호 수정, 서술 오류까지 모두 한번에 검토를 의뢰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이런 작업의 중요성을 강조하거나 도안제작의 일반적인 규격이 없기에 아직은 활발하게 정보를 나누는 일조차 어렵다. 독학으로 도안작업을 반복적으로 할 생각이라면 Stitchmastery같은 차트제작용 소프트웨어를 구입하여 공부해 볼 가치가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

차트 변환 텍스트를 이용한 도안 서술

Stitchmastery에는 전체 차트를 완성한 후 모든 뜨개과정에 대한 영문 텍스트를 출력해 주는 기능이 있다. 사람이 기술하는 것처럼 친절한 텍스트는 아니지만, 영어 작업을 하는 일에서는 많은 수고를 덜 수 있기에 도출된 텍스트를 바탕으로 좀 읽기 편하게 다듬어 도안 서술을 진행했다.

한단 한단 콧수 단위로 지시어가 나오는 영문 텍스트를 그대로 이용할 수도 있겠지만, 니터들에게 도안을 제공하는 입장에서 반복되는 끝없는 기호로 가득한 암호문을 그대로 출시할 수는 없는 일이다. 텍스트 기호를 바탕으로 데이터를 좀더 일반화하여 반복을 줄이고 축약하는 과정이 쉽지는 않지만 확인된 데이터라는 장점을 활용한다면 많은 수고를 덜 수 있다.   

이렇게 대략의 서술 작업이 끝이 나고 제작한 도안을 어필할 수 있도록 사진을 찍는 일로 고~고~.

다음 글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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