펠롱펠롱, 래블리/러브크래프트에 걸리다(4)

스튜디오 촬영

하지만 사진 촬영에도 난관이 있었다. 이제 내 손에는 깔끔하게 떨어지는 예쁜 니트가 있으니 필요한 것은 조명이요, 셔터를 누르는 손가락만 있으면 충분하다 생각했다. 하지만 내가 제작하고 있는 것은 햇살 가득한 아늑한 곳에 놓으면 돋보이는 소품이 아니라, 몸에 걸쳐 편하고 어울려야 하는 의상이라는 것을 잠시 잊었던 것 같다. 1차로 모델 없이 진행한 사진은 아주 당연하게 리젝을 당했다. 모델이 필요했던 것이다.

하지만, 초상권과 프라이버시를 떠나서 코로나가 기세를 꺾지 않고 퍼져나가고 있는데 어디서 아동모델을, 그것도 돌배기 모델을 구한단 말인가. 하지만 구해야만 했다. 착용할 때 돋보이는 의상이라면 그 어떤 설명과 홍보보다 설득력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터라 내 마음은 바쁘기만 했다. 다행이 친구들이 지인까지 동원하여 나는 나의 천사 같은 첫 모델을 만나게 된 것이다.

다음은 장소 섭외. 내가 살고 있는 성동구는 패션의 메카, 동대문과 인접한 곳이다. 그래서인지 동대문과 성동구에는 패션과 관련된 기반시설이 몰려 있을 뿐 아니라, 의상 촬영할 수 있는 스튜디오도 역시 쉽게 찾을 수 있다. 셀프 촬영이 가능한 스튜디오를 예약하고 모델과 약속을 잡았다. 1~2시간이면 충분했다. 촬영 후 사진을 선별하고 보정하여 뜨개 도안에 편집해 넣었다. 그렇게 다음 단계를 위해 디자이너가 할 수 있는 마지막 초안을 넘길 수 있었다.

테스트 니팅

이번 작업 도안은 먼저 뉴질랜드에서 출시하려고 시작하였기 때문에 테스트 니팅 자체도 뉴질랜드의 Purlfoudry에서 진행해 주었다. 실시간으로 기술적 오류나 언어적 표현을 교정하는 과정이지만 이 순간이 가장 두려운 시간이었던 것 같다.

원어민이 아니니 미숙한 언어적 표현은 당연히 이해를 구한다고 하더라도, 뜨개도안은 정확성이 가장 중요했기에 ‘이거 틀린 거 아니야?’ 할 때마다 마음은 언제나 번지점프대 앞에 서있는 것 같았다. 바다 건너 먼 곳의 니터들이 디자인은 마음에 들어 할지 몰라 자신감은 올랐다 내렸다를 반복했다가도 하나 둘씩 완성해 가는 테스트 니터들의 작품을 보면 금새 고마움과 감격에 벅차 지난 걱정을 잊곤 했다.

그제서야, 테스트 니팅에서 잡은 작은 오류들과 니터들의 반응은 실제로 출시되기 전 앞으로 직면할 문제들을 미리 대응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는 사실 또한 깨닫게 되었다.

출시와 반응

이 모든 과정이 끝나고 드디어 도안의 출시. 그와 동시에 모든 것이 손에서 떠난 듯한 느낌이 들긴 했지만, 뜨개 자체가 그러하듯 느리고 오래가는 여운이 있다. 판매와 ‘좋아요’ 클릭 수가 하루 아침에 몇 백을 넘는 일은 없지만, 우리나라가 아닌 뉴질랜드, 영국, 미국 등지에서도 ‘펠롱펠롱 드레스’에 자신의 니팅 열정을 쏟아주는 니터들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자부심이 생긴다.

현재도 Purlfoundry와 Lovecrafts, Ravelry에서 판매 중인 펠롱펠롱 드레스. 앞으로도 더 많은 니터들의 손끝에서 완성되어 잊혀지지 않는 기록으로 끊임없이 사랑받기를  바래본다.

더불어 이 지난한 과정을 통해 쌓인 경험을 우리나라의 숨어 있는 니트디자인 고수들의 작품을 해외로 알리는데 쓰고 싶다는 생각도 해 본다. 내 안에 쌓인 경험과, 같이 했던 PurlFoundry, 닛투웨어와의 팀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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