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손은 금손, 내 손은 똥손

나의 할머니는 뜨개질을 잘 하셨다.

겨울이 다가오면 할머니는 꼬마 손녀의 몸 치수를 어림잡아 재어 뚝딱뚝딱 스웨터를 지어주셨다.

이듬 해 꼬마가 한 살 더 자라 작년에 입었던 스웨터의 소매가 깡동해지면 드르륵 드르륵 스웨터의 실을 풀어 라면처럼 꼬불꼬불해진 실을 돌돌 말아 감고,다시 뚝딱 뚝딱 조끼를 만들어 주셨다.

할머니가 어깨를 동그랗게 접어 뜨개질 하시던 모습. 곁에서 실 풀고 마는 작업을 놀이삼았던 나의 어린시절이 아직도 따뜻한 한 장면으로 남아있다.

으레 어른이 되면 나도 뜨개질을 잘 할줄 알았다.

그런데 웬걸.

첫 뜨개의 기억은 중학교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때는 가정시간, 털모자를 뜨는 실습 시간이었는데, 울퉁불퉁 게다가 군데군데 구멍은 또 왜 생겼는지 좋은 점수를 기대할 수 없는 솜씨라 지인 찬스라는 꼼수를 썼던 질 나쁜 기억.

찰칵.

그 후로 내 손은 똥손이구나 하며 뜨개나 실 바늘은 인연이 없어오다 불현듯. 둘째아이를 품고 태교삼아 애착인형을 만드는 수업을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바느질이 중학교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선생님의 냉정한 평가와 함께 어설픈 인형을 완성했고, 지금 그 인형은 아이들의 외면속에 찬밥신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과 바늘 그리고 오직 나의 손놀림만으로 무엇인가를 만들어 냈다는 그 묘한 성취감과 성적을 잘 받고 싶다는 열망, 건강하게 만나자는 소망을 마음 다해 담았던 그 시간들을 추억하게 하는 것은 어설픈 완성품의 겉모습이 아니라는 것을 나는 안다.

좋은 실과 정성어린 시간으로 어쩌면 내 아이에게도 훗날 따뜻한 추억을 남겨줄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다시 바늘을 잡아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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