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누군가에게 선물을 하기 위해 손뜨개를 하다가
내가 손뜨개를 해서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선물을 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것은 내가 중학생 때 모자를 하나 떠서 아빠에게 드렸던 것이었다.
삐뚤빼뚤 잘 뜬 모자는 아니었지만,
아빠는 외출을 하실 때마다 그 모자를 꼭 쓰고 다니셨고,
그 모자를 딸이 떠준 것이라고 자랑도 하셨다.
근 20년 가까이 그 모자를 쓰고 다니셨다.
그리고 이제는 낡아서 더 쓸 수가 없다고 하시면서
그 낡아버린 모자를 쓰다듬으며 아쉬움을 가득 담아 내게 말을 한 적이 있었다.
그때는 내 상태가 매우 좋지 않아서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갔지만,
지금 생각해 보니 표현이 매우 서툰 아빠로서는 당신 최고의 표현이지 않았을까 싶다.
내게는 매우 앞뒤가 안 맞는 경험이고 기억이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그녀들의 사랑의 기억과 그의 서툰 마음 표현이 생각나는 손뜨개를 다시 시작하면서,
마음 한켠이 아리기도 하고, 눈물도 나고… 이렇게 나이를 먹어가는구나 싶기도 하다.
지금이야 내가 어릴 때보다는 좀 사정이 나아지기도 했고,
울 100% 실을 살 정도로 벌이가 되기도 하니까
실 가격이 제법 나가기는 해도 그래도 원하는 실을 구매를 한다.
물론 실을 살 때마다 손을 떤다.
하지만 중학생 때는 역시 손뜨개를 하는 것은 우리 집 형편상 사치였다.
그런데 중학생 때 같은 반 친구가, 엄마가 손뜨개 공방을 하는 집이 있었다.
그 아이의 책가방에는 항상 좋은 실과 바늘이 가득했었다.
그리고 엄마에게 배운 손뜨개 솜씨로 학교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에 손뜨개를 했고,
그것이 부러워 나는 용돈을 모아 그 아이 엄마의 가게에서 실과 바늘을 샀었다.
그 친구에게 손뜨개를 좀 배우고 싶었었는데,
그 아이는 더 좋은 실과 많은 실을 구매한 아이들에게만 다양한 손뜨개 방법을 알려줬다.
나름 상처라면 상처일 텐데,
그 아이들의 어깨너머로 배운 솜씨로,
저렴한 실이었지만 모자를 떠서 아빠에게 선물을 했다는 것이 지금 생각해 보니 신기할 따름이다.